[분석+] 오늘 대선, 소신투표냐 전략투표냐…'사표'는 없다

입력 2017-05-09 06:00   수정 2017-05-09 14:02

'전략투표' 문 "압도적 지지" vs 홍·안 "양강구도"
'소신투표' 독려 유·심 후보, 사표방지 심리 견제
전문가들 "소신·전략투표 양쪽 다 많을 것" 전망



[ 김봉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된 ‘장미 대선’ 레이스가 9일 결승선을 통과한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층 표심은 정해졌다. 마지막 변수는 소신투표와 전략투표 사이의 선택이다. 부동층 표심도 소신투표냐, 전략투표냐에 따라 상당 부분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 캠프의 막판 선거전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려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사표(死票) 방지를 당부한 셈이다. 추격자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각자 문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내세웠다. 문재인 대세론에 ‘이미 판세가 결정됐다’는 판단을 내린 유권자들의 분산을 막고 “(문 후보의 대항마가) 될 만한 사람에 표를 몰아 달라”는 논리다. 문·홍·안 후보의 전략투표 촉구에 맞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소신투표를 독려했다.

원칙은 소신투표다. 그러나 한국적 정치 지형에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래 ‘비판적 지지’ 명분의 전략투표 풍토가 강고했다. 차선 혹은 차악을 택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으며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한 결과였다. 이번 대선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전에 비해 소신투표 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외연 확장 측면에서 진일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 "소신투표 환경은 마련, 전략투표 추세도 여전"

양자 구도였던 2012년 대선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은 사실상 1:1 대결이었지 않나. 소신투표를 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이 전체 판세를 고민하면서도 소신투표 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쟁점과 국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요 후보 5명을 정치 성향으로 나열하면 왼쪽부터 ‘심상정-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 순이 된다. 중도개혁 및 진보 성향 그룹에는 문 후보와 심 후보가, 보수 우파 그룹에는 홍 후보와 유 후보가 포진했다. 중도보수로 포지셔닝한 안 후보는 양쪽 그룹과의 차별화에 힘썼다. 그러면서 각 후보와 정당에게는 최우선 과제인 대통령 당선 못지않게 그룹 내에서의 의제 선점과 지지 기반 확보도 중요해졌다.

승자독식 대선의 성격이 중층구조로 다소 변화하면서 소신투표 필요성이 커진 것. 이현우 교수는 “보수 우파 그룹의 경우 당선과 별개로 일정 수준 표를 받으면 와해되다시피 했던 보수 재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외과 교수는 “후보들이 정략적·인위적 단일화가 표를 얻는 데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특히 유 후보나 심 후보는 완주가 당의 운명과 직결된다. 이들 후보와 소속 정당에게는 소신투표 여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신투표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곧 전략투표의 철회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존 대선과 달리 후보 단일화 없이 다자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에, 선택폭이 넓어진 유권자들의 소신투표와 전략투표 경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소신·전략투표 양쪽 모두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의 15~20%가 전략투표 했다고 추정된다”며 “이번에는 ‘샤이 보수’ 변수가 추가되는데 이들의 선택이 가변적이다. 보수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전략투표 할 수도, 보수 재건을 위해 소신투표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문 후보와 심 후보 간, 홍 후보와 유 후보 간 인접 지지층에서도 소신투표와 전략투표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박빙 구도라면 문 후보에 전략투표 했을 심 후보 지지층이 소신투표 할 가능성, 문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판단한 유권자가 심 후보에 전략투표 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는 해석이다.

기준을 ‘압도적 지지’ 또는 ‘보수 재건’에 둔다면 반대 케이스도 가능하다. 심 후보나 유 후보에 소신투표 하려 했던 지지층이 문 후보나 홍 후보에 교차 전략투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펙트럼이 넓은 편인 안 후보를 제3의 선택지로 삼을 수도 있다.


◆ 불확실성 높은 선거…사전투표·TV토론 등 변수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대선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그간 문 후보가 독주했음에도 역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국내 총선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최근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달랐던 전례도 있다.

기존 선거 문법에서는 박빙의 양자 구도가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반면 1강 독주 시 투표율이 낮은 게 일반적이었다. 김준석 교수는 “이번 대선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귀띔했다.

그는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인 만큼 정치 혐오가 강한데 동시에 정치 참여에 대한 의지 역시 높다. 후보가 많은 가운데 1강 구도면서도 투표율은 높은 특이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론조사 응답층과 무응답층의 다른 특성을 주목해야 한다. 무응답층이 실제 선거에서 소신투표 할지, 전략투표 할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투표가 대선에서 처음 실시됐으며 26.06%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데 대해서는 의미를 제한적으로 풀이했다. 이준한 교수는 “사전투표는 새로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오기보다 기존 유권자가 더 편하게 투표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이현우 교수도 “대선 당일 투표할 사람들의 ‘대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젊은층 위주로 사전투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전체 투표율을 견인해 최종 80%대 초반은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전투표 결과가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후보 간 TV 토론의 영향력도 상당했다고 전문가들은 총평했다. 실제로 수차례 토론을 거치면서 토론 성적표에 따른 각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가 눈에 띄었다.

이준한 교수는 “후보 간 토론 도입 이래 관심도가 떨어지는 추세였으나 이번에는 1997년 첫 TV 토론보다 시청률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현우 교수는 “선거기간이 짧았지만 지지율 변동폭이 컸다. 유권자가 후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정보가 부족했던 것인데 TV 토론이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김 교수도 “후보 간 주고받는 토론이 이뤄졌다. 각 후보가 주어진 시간 동안 자기 할 말 위주로 하던 이전 포맷(형식)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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